최근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위적 국방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강연회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청년들은 이 같은 강연회에 넌더리를 내며 질색하는 반응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7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중하순 평성시에서 직맹(조선직업총동맹),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등 조직별로 ‘자위적 국방력을 계속해서 강화해 나가야 한다’라는 주제의 강연회가 진행됐다.
이번 강연회에서 강연자는 “미국과 한국 괴뢰들은 반공화국 침략 전쟁 연습을 실시하지만,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하에 핵 강국으로 우뚝 솟아오른 공화국(북한)의 위력은 그 누구도 당해낼 수가 없다”면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전쟁 도발 발광을 멈추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자위적 국방력을 계속해서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강연회에 참가한 청년들은 ‘국방력 강화’라는 구호에 “듣기만 해도 지긋지긋하다”, “진절머리 날 정도로 지겹다”라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한다.
소식통은 “지금 청년들은 국방력 강화라는 말을 듣는 것조차 싫어해 이런 강연회에서는 몸만 그냥 앉아 있을 뿐 다른 생각을 하며 집중하지 않는다”며 “강연회가 끝난 후 내용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이 모른다고 답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근래에는 강연회에 휴대전화를 가지고 참가하는 것이 금지돼 있음에도 몰래 휴대전화를 가지고 와 게임을 하거나 노래를 듣다 발각돼 집중비판의 대상이 되는 청년들의 사례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18일 평성시의 한 30대 청년은 강연회에 휴대전화를 들고 가 몰래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다가 발각돼 월말에 진행되는 월 생활총화에서 사상투쟁의 대상이 됐으며, 호된 자기비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청년들은 미국과 한국의 군사 연습을 명목으로 국방력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강연을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 박힐 정도로 들어왔다”면서 “더욱이 지금은 핵 강국으로 우뚝 섰다고 자부하면서도 여전히 10여 년 전과 같은 이유로 국방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어 청년들이 코웃음을 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강연회가 끝난 후 일부 청년들은 “군사 강국이나 핵 강국이 아니라 경제 강국이 됐으면 좋겠다”, “잘 사는 나라에서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말들을 조용히 나눴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그는 “청년들은 ‘군사 강국이든 핵 강국이든 무슨 소용이냐. 많은 사람이 먹을 식량이 없어 허기진 채로 살아가고 있는데도 국가는 무관심하다’며 비판하고 있다”며 “항상 미국과 한국 때문에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결과는 사람들의 삶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니 국방력 강화라는 말만 들어도 진저리를 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