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최근 인민반을 중심으로 주민 감시와 통제를 대폭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위험분자 명단에 오른 주민에 대한 감시는 가혹할 정도로 강도 높게 이뤄지고 있다.
6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회령시에서 범죄 위험분자 명단에 오른 주민에 대한 감시가 더욱 강화됐다”며 “이들은 특별한 잘못을 하지 않았어도 일상 생활에서 감시망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범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위험분자 명단에 올려두고 안전원과 정보원으로 하여금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게 하고 있다. 이들은 외출시에도 안전원이나 정보원의 밀착 감시를 받고 있다.
범죄 위험분자로 분류된 대상은 탈북민 가족이거나 중국 휴대전화 사용자, 교화소 출소자, 과거 탈북 시도자, 사건·사고로 생활제대(조기제대)한 사람 등이다.
북한 당국은 이들을 체제에 대한 위협 요소로 간주하고 있어 강도 높은 감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회령시에 거주하는 한 탈북민 가족은 집에서 15리(약 6km) 떨어진 친적집을 방문하기 위해 이동하는 중에도 내내 이웃 주민의 감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 탈북민 가족은 같은 인민반에 거주하면서 안전원의 정보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웃에게 미행을 당했다”며 “미행한 주민은 담당 안전원의 지시를 받고 탈북민 가족의 움직임을 기록하기 위해 뒤를 쫓은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결과 회령시에 거주하는 또 다른 주민도 비슷한 일을 겪은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손전화 사용으로 여러차례 보위부에 체포된 경험이 있는 한 주민은 “지난달 27일 중국과 통화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섰지만 미행자가 있어 통화를 하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중국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위해선 신호가 잘 잡히는 곳을 찾아가야 하는데, 최근 담당 안전원이나 이들이 심어 놓은 정보원들이 수시로 미행하기 때문에 신호를 잡기 위해 돌아다니는 일 자체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안전원들이 범죄 위험분자 명단에 오른 주민들을 미행하면서 일상의 모든 활동을 감시하는 것은 연말연시를 맞아 안전원을 대상으로 한 높은 총화(평가) 사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담당 안전원들이 주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것은 상부 조직의 지시를 받고 진행하는 것”이라며 “안전원의 실적이 낮으면 실적 총화에서 상부로부터 강도 높은 질책을 받기 때문에 이를 피하고자 감시 활동을 무리하게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원들이 주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서 위험분자 명단에 오르지 않은 일반 주민들도 사소한 행동이나 일상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위법한 행동’을 했다는 의심받고 감시 대상에 오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안전원들은 위험 분자 명단에 오른 주민의 집에 왕래하는 것만으로도 문제를 삼고 감시의 도수를 높이고 있다.
소식통은 “요즘은 위험 분자 명단에 오른 주민들은 물론이고 일반 주민들도 감시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주민들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감시와 통제에 심리 불안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회령시에서 송금 브로커로 활동하는 한 40대의 주민도 ”원래도 중국 손전화를 소지하고 돈을 버는 직업은 언제나 보위부에 체포될 수 있는 위험이 있지만 요즘은 어디를 가도 미행이 붙어 있어 바깥에 나오기만 하면 누가 따라오고 있지 않은지 신경이 쓰이고 긴장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즘 매일 밤 꿈에서 누군가에게 쫓기는 악몽을 꾼다”며 “이렇게 살다 보면 가뜩이나 나쁜 건강 상태가 악화돼 제 명에 살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