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함경북도 경원군 소재 탄광연합기업소에서 이덜 중순 반사회주의식 옷차림과 몸단장을 단속하는 강연과 사상투쟁회의가 진행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이 가운데 한 노동자는 청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28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경원군 소재 탄광연합기업소 회관에서 지난 10일 사회주의 생활 양식에 맞는 옷차림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강연에 이어 사상투쟁회의가 진행됐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한 초급당 비서는 ‘옷차림이 사람의 정신 상태를 반영한다’는 김정일의 발언을 중심 사상으로 강조하며 강연을 이어가다 기업소에 소속된 노동자들의 옷차림과 머리단장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기업소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원들이 머리를 한국식으로 기르고 다니는 현상, 여성들이 몸에 붙는 바지나 가슴 부분이 트인 옷을 입고 다니는 현상 등을 거론하며 “사상의 변질은 옷차림에서부터 나타나므로 당에서 제정해 준 대로 하지 않는 사람은 안전부에서 취급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연 이후 열린 사상투쟁회의에서는 갱 굴진중대에서 일하는 40대 남성 김모 씨(가명)가 노동자들이 대거 모여 있는 자리에서 앞으로 불려 나와 중대 성원들로부터 집중비판을 받았다. 비판의 주된 이유는 갱에서 청바지를 입고 일했다는 것이었다.
김 씨는 청바지를 가방에 넣고 들어가 갱 안에서 작업을 할 때 갈아입었는데, 이를 본 세포 비서에 의해 문제시됐다고 한다. 그는 “청바지가 잘 찢어지지 않아 일부러 갱 안에서 작업을 할 때만 입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이런 해명이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냐”는 추궁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청바지는 미국의 탄광 노동자들이 잘 찢어지지 않은 옷감으로 작업복을 만든 것에서 유래했다.
결국 김 씨는 노동단련대에서 한 달간 무보수 노동을 하게 되는 처벌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같은 날 채탄중대에서 일하는 50대 남성 문모 씨(가명)도 청재킷을 입었다는 이유로 사상투쟁회의 무대에 세워졌다.
소식통은 “문 씨는 중고 옷 장사꾼에게 이 옷을 구입해 입었으나 미국 옷인지 모르고 입은 것으로 인정돼 노동단련대까지는 가지 않고 비판으로 그쳤다”며 “다만 앞에 나와 가위로 자기가 구매한 상의(청재킷)를 자르게 하는 것을 보고 지켜보던 노동자들이 모두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노동자들은 사상투쟁회의가 끝난 후 “21세기에 바지 한 번 잘못 입었다고 깡판(노동단련대)에 보내는 것은 아니지 않나”, “50대 나이면 내일모레 당장 들어갈 사람(정년퇴직할 나이가 된 사람이라는 북한식 표현)인데, 앞에 나와 옷을 가위로 자르게 할 건 뭐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이날 사상투쟁회의에서는 청년동맹원인 20대 남성 정모 씨(가명)를 콕 집어 “요즘 서양식으로 남자들이 파마하는 현상이 농후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그는 원래부터 심한 곱슬머리라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노동자들 사이에 비웃음이 새어 나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