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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식료공장에서 술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 /사진=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 홈페이지 화면캡처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따라 현재 20개 시·군에 지방공업 공장 건설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평안북도 구장군에는 지역 특산품인 도토리를 활용한 식료품 공장이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짓는 공장이지만, 정작 해당 지역 주민들은 ‘공장이 없는 게 낫다’며 공장 건설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28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구장군 주민들은 이 지역의 대표적인 특산품인 도토리를 활용한 식료품 공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기대보다는 걱정과 우려,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본래 구장군은 석탄 생산이 주민들의 주요 수입원이 됐던 곳이다. 하지만 대북 제재와 코로나로 석탄 수출 판로가 좁아지면서 현재는 석탄 생산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탄부로 일하던 구장군 주민들의 수입이 줄어들었고, 생활난에 맞닥뜨린 주민들은 어떻게든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다른 일거리를 찾아 나섰다. 그것이 바로 산에서 도토리를 채취해 도토리술을 만들어 판매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구장군 주민들이 만든 도토리술은 차츰 주변 지역에 입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건강한 술’이라는 인식까지 생겨 인기가 많아지자 지역 당(黨)은 식료품 공장을 건설하면서 도토리술 생산 라인을 따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구장군 주민들은 식료품 공장에 도토리술 생산 라인이 따로 만들어지면 가뜩이나 부담스러운 도토리 과제가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소식통은 “도토리 수확철이 되면 각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도토리 과제를 내리는 것이 이(구장군) 지역에서는 일상적”이라며 “구장군 학교들은 1년에 30~45일간 일명 ‘도토리 방학’으로 휴교하기도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렇게 학교뿐만 아니라 구장군의 공장·기업소, 근로단체, 인민반을 비롯한 모든 조직까지 중복적으로 도토리 과제를 내려 주민들의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도토리 수확철인 가을이 되면 폭등하는 도토리 가격도 주민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평상시에는 도토리 가격이 강냉이(옥수수)의 절반 수준이지만, 도토리 과제가 떨어지는 가을만 되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가을에는 도토리 가격이 옥수수만큼 올라 ‘도토리 과제가 아니라 강냉이 과제’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장군 주민들은 “도토리에 시달릴 생각을 하면 새로 짓는 공장이 하나도 반갑지 않고 꼴도 보기 싫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장이 완공되면 주민들이 막대한 도토리 과제에 내몰릴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편, 앞서 구장군이 공장을 짓겠다면서 20여 세대의 가정집을 강제로 철거하는 일도 벌어져 주민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이사할 집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작 100달러만 주고 나가라고 하니 분이 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지방 집값이 아무리 싸도 1000달러 이상은 줘야 하는데, 말도 안 되는 돈을 주면서 나가라고 하고 당 정책이니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해 주민들은 항변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