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뢰말제거기
북한 스마트폰 메시지 앱에서 한국식 단어를 입력하면 다른 단어로 자동변환된다. 특정 단어는 경고 메시지가 나타난다. ‘오빠’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동지’로 바뀌고 경고 메시지가 표시된다. /사진=데일리NK

북한 스마트폰에서 한국식 표현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북한식 표현으로 변경되거나 경고 문구가 뜨는 것으로 확인됐다.

데일리NK가 최근 입수한 북한 스마트폰의 통보문(메시지) 애플리케이션(앱)을 분석한 결과 메시지창에 ‘오빠’라고 입력하면 자동으로 ‘동지’로 변환됐고, 동시에 “경고! : 친형제나 친척 간인 경우에만 쓸 수 있습니다”라는 알림창이 나타났다.

또 ‘자기야’를 입력하니 자동 변환 없이 “경고! : 부부 사이에서는 쓰지 말아야 합니다”라는 알림이 화면에 표시됐다.

그 밖에 여러 한국식 표현이나 북한식 표기 규칙에 맞지 않는 단어들도 자동으로 바뀌는 것으로 파악됐다.

메시지창에 ‘남친’, ‘여친’, ‘연인’, ‘남한’, ‘북한’, ‘정상회담’, ‘휴전선’, ‘잼나다’, ‘쪽팔리다’, ‘화이팅’, ‘택배’ 등의 단어를 입력해 보니 각각 ‘남자친구’, ‘**’, ‘애인’, ‘괴뢰지역’, ‘**’, ‘최고위급회담’, ‘군사분계선’, ‘재미나다’, ‘***다’, ‘***’, ‘우편수화물’ 등으로 자동 변경됐다. 다만 별도의 경고 문구는 표시되지 않았다.

또 ‘핸드폰’, ‘러시아’, ‘베트남’, ‘메뉴’, ‘컴퓨터’ 등 외래어 표현도 ‘손전화기’, ‘로씨야’, ‘윁남’, ‘차림표’, ‘콤퓨터’ 등 북한식 표현으로 자동 변환됐다. 이때에도 역시 경고 문구는 나타나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2023년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제정하고 모든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괴뢰말 제거 프로그램’ 설치를 의무화했다. 북한 스마트폰 메시지 앱에서 확인할 수 있는 특정 단어의 자동 변환 및 경고 문구 표시는 이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보인다.

일상생활에서 한국 및 외래어 표현이나 단어가 통용되지 못하게 차단하는 모습이다.

괴뢰말제거기
스마트폰A에서 ‘자기야’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경고메시지가 표시되지만 다른 단어로 변환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스마트폰B에서는 ‘자기야’를 입력하면 ‘(금지어)’로 자동변환된다. 이 경우에는 경고메시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 사진=데일리NK

데일리NK가 입수한 또 다른 북한 스마트폰 메시지 앱에서는 ‘자기야’라고 입력하니 자동 변환 없이 ‘(금지어)’라고 표시됐다. 별도의 경고 알림은 나타나지 않았다.

‘괴뢰말 제거 프로그램’의 버전에 따라 자동 변환 규칙이나 기능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가 하면 이 스마트폰에서는 두음법칙에 따라 한국에서 ‘여자친구’, ‘연인’으로 쓰는 단어들이 ‘녀자친구’, ‘련인’으로 자동 변환됐다.

한편, 스마트폰 앱의 데이터베이스(DB) 파일을 분석한 결과 제조사에서 만들어 탑재한 기본 메시지 앱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 만든 서드파티(Third-party) 앱에도 괴뢰말 제거 기능이 내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DB 파일에는 “통화, 통보문 및 주소록 관리 프로그램 ‘삼흥통보문 1.0’은 통보문 관리, 전화 호출 관리, 주소록 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종합적인 스마트폰 체계 관리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아울러 “괴뢰말투, 비규범어를 평양문화어로 자동 교정해 주는 기능, 인식률이 거의 100%에 달하는 조선어 음성인식, 문자 인식 기능, 편리한 손글 입력 기능을 제공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에 미뤄 볼 때 다른 회사에서 개발한 메시지 앱에도 유사한 기능이 내장돼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