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대동강맥주집’이 한겨울 추위에도 여전히 사람들로 흥성이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특히 연초에는 새해를 맞아 들뜬 분위기 속에서 대동강맥주집을 찾는 평양 시민들이 더욱 많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은 6일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기 위해 대동강맥주집으로 향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며 “맥주는 평양 시민들에게 단순한 음료가 아니며, 맥주를 마시는 것은 사회적인 중요한 활동으로 자리 잡혀 있어 한겨울에도 맥주집 열기가 뜨겁다”고 전했다.
삼삼오오 대동강맥주집에 모여 맥주를 마시며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평양에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혀 있는 만큼 대동강맥주집은 주민들이 사회적 유대감을 쌓는 커뮤니티의 장(場)으로써 단순한 음료 제공 장소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대동강맥주집을 가려면 반드시 ‘맥주 카드’가 필요하다. 평양시에 거주하는 성인 남성은 매달 5L의 맥주를 살 수 있는 맥주 카드를 인민반을 통해 배급받는다.
이 맥주 카드는 통상 매년 12월 말 각 세대에 속한 남성 머릿수에 따라 내려지는데, 군 복무 중이거나 해외에 파견된 경우에는 맥주 카드 배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렇게 배급받은 맥주 카드를 가지고 대동강맥주집에 가면 1L당 500원(북한 돈)의 비용을 결제해 맥주표로 교환할 수 있고, 이 맥주표로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소식통은 “평양 시민들이 유독 대동강맥주집을 많이 찾는 이유는 비교적 눅은(저렴한) 가격 때문”이라면서 “옥류관 국수는 너무 비싸 사 먹을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대동강맥주는 일반 사람들도 먹을 수 있는 가격이라 대동강맥주집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한 달에 5L를 꽉 채워 맥주를 마시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종일 일하고 퇴근 후 대동강맥주집에 들러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달래는 사람들도 물론 있긴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워 맥주 한 잔 사 먹기도 부담스러운 주민들도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소식통은 “평양에서 대동강맥주를 마시는 것은 평양 시민들이 누리는 특권 중 하나지만 경제적 제약으로 맥주를 즐기지 못하는 이들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일부 세대는 배급받은 맥주 카드를 맥주표로 교환한 뒤 이를 암시장에서 1L당 2500~3000원에 팔아 생활비에 보태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무려 5~6배를 불려 맥주표를 비밀스럽게 뒷거래한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맥주표 거래는 이미 오래된 일이며 사람들은 대체로 그게 뭐가 잘못된 일이냐며 큰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이렇게 거래하다 걸리면 처벌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