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요즘 북한 장마당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북적거려야 할 장마당이 한산한데, 물건을 사려는 사람만 줄어든 게 아니라 물건을 파는 매대도 썰렁하다는 겁니다. 북한 당국의 시장 통제가 점점 더 심해지면서 시장이 활기를 잃고 있다는 게 내부 주민들의 이야깁니다. 주민들은 나름의 대안으로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장사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데일리NK는 이 같은 변화가 북한 경제와 주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2019 북농촌 1 자전거 살림집 순천 장마당 상인 쌀푸대
2018년 10월께 촬영된 평안남도 순천 지역 풍경. 마대를 들고 있거나 돈 거래를 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의 시장 통제가 강화되면서 주민들의 상행위도 이전과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장마당에서의 경제활동으로 생계를 이어온 주민들이 갈수록 심해지는 당국의 통제에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주요 시장에서 곡물이나 공업품 등을 판매하던 상인들이 시장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상행위를 하고 있다.

주민들이 휴대전화로 상인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쌀이나 부식품, 공업품, 수입품 등을 주문하고 집으로 배달받고 있다는 것인데, 쌀 상인에게 전화로 주문하고 집으로 배달받는 일은 과거에도 있었으나 최근 들어 이런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상인들도 오토바이나 소형 트럭, 자전거 등으로 물건을 배달하는 일이 부쩍 증가해 배달원을 고용할 정도라고 한다.

다만 공식 시장이 아닌 집이나 제3의 장소에서 비공식 상행위를 하는 것은 당국이 금지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거래는 상당히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상인들은 갑자기 단속이 들이닥칠 것을 우려해 휴대전화에 연락처를 저장해 놓지 않고, 물건을 배달할 때는 최대한 보는 눈이 없을 때 집에 들어가거나 그 집에 다른 볼일이 있는 것처럼 들어간다는 것이다.

또 모르는 사람에게 물건을 팔았다가 문제될 수 있기 때문에 이전부터 여러 차례 거래한 경험이 있는 주민들에게만 물건을 팔고 있다.

북한 당국이 유통이나 판매를 금지하는 외화나 연유(燃油)를 거래할 때는 암어로 소통하며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쌀은 ‘책’으로 달러는 ‘청어’, 위안은 ‘송어’ 등으로 정해놓고, “청어 두 마리(200달러) 달라”라는 식으로 서로만 알아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거래하고 있다.

일부 시장에서는 시장관리원들이 상인들에게 넌지시 단속 정보를 알려주는 모습도 자주 목격된다고 한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시장관리소 관리원들이 ‘오늘 날씨 맑네’라고 얘기하면 단속 상무가 시장을 돌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며 “관리원들도 어느 정도 편의를 봐줘야 장사들이 시장에 나오고 자기들도 장세를 받을 수 있으니 나름 장사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단속이 강화된 탓에 안전원 등에게 수시로 뇌물을 건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상인들은 “단속원은 공짜 돈 먹는 하마”, “안전원은 안전하게 뇌물을 받아먹고 보위원은 보이지 않게 돈을 먹는다”는 등의 말을 하며 당국의 시장 통제 정책을 명목으로 뇌물을 받아 챙기는 이들을 뒤에서 비난하고 있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요즘은 뇌물이 없이는 하루도 못 번다”며 “특히 국가에서 불법이라고 적시한 상품을 거래하는 장사를 하면 뇌물은 필수고, 뇌물을 못 주면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장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안전원 같은 단속원에게 담배나 돈을 건네는 게 상례”라며 “뇌물받는 사람들도 돈을 찔러줘야 예의 바른 사람이라고 칭찬할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에는 시장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이 단속이나 통제에 순응하지 않고 항의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단속원들이 장사꾼들의 물건을 압수하려고 하면 장사꾼들도 이에 지지 않는다”며 “옆에 있던 장사꾼들까지 합세해서 그 단속원에게 항의하는 일도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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